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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시각화능력 합격수기 4편]시험 전략, 배점 15점짜리 문제 포기

by SPACEBBAR 2026. 6. 19.

좁은 자리, 낯선 PC,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상공회의소 시험장마다 환경이 모두 다르고 PC 상태도 제각각이라는 후기를 미리 많이 봤다. 특히 자리가 좁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는데, 실제로 가보니 종이를 펼치고 하나씩 체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좁은 자리에서도 미리 연습해 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양한 키보드와 마우스 환경에서도 연습해 보길 권하고 싶다. 시험 환경 자체는 예측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건 준비로 가능한 일이었다.

45분, 그리고 갈림길

실제 시험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마지막 문제 앞에서였다. 배점이 10~15점으로 가장 높은 그 문제는 동시에 난이도도 가장 높았다. 마지막 문제를 풀기 전까지 이미 45분이 흘러 있었다. 남은 시간은 25분.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남은 25분을 전부 마지막 문제에 쏟아붓느냐, 아니면 마지막 문제를 포기하고 앞쪽 문제들을 재검토하느냐.

마지막 문제를 포기한다는 게 직관적으로는 손해처럼 느껴졌다. 이미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부터 이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포기하면 그 점수를 통째로 날린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난이도가 가장 높은 마지막 문제는 과감히 포기하고, 앞쪽 문제를 확실하게 맞춰 합격점인 70점에 안착하는 쪽을 택했다. 자격증 시험은 1등 하는 시험이 아니다. 70점만 넘으면 모두 똑같다. 마지막 문제를 건너뛰고, 남은 25분 동안 첫 문제부터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재검토에서 건진 것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매우 유효했다. 재검토 과정에서 오타를 잡아냈다. 처음에는 풀지 못했던 부분도 다시 보니 방법이 떠올라서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마지막 문제를 포기해도 합격선에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앞쪽 문제를 확실하게 맞춘다는 전략적 관점에서 재검토 시간을 확보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 지인은 1회 시험에서 불합격했다. 주원인은 오타였다고 한다. 일부러 틀린 게 아니어도, 이런 사소한 오류는 즉시 감점으로 이어진다. 오타 하나까지 철저히 점검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concept illustration.  출처:  www.dreamstime.com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격언 중 하나인 "Done is better than perfect(완벽한 것보다 끝내는 게 낫다)"라는 개념을 시각화한 일러스트

왜 그 선택이 옳았는지, 나중에야 이해했다

시험이 끝나고 한참 지나서, 이 결정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라는 개념이다. 1985년 할 아키스(Hal Arkes)와 캐서린 블루머(Catherine Blumer)라는 학자들이 정리한 이론인데, 이미 투자한 돈이나 시간, 노력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하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콘서트 티켓을 미리 사놓았는데 공연 당일 몸이 아프고 밖에는 비가 와도, 이미 지불한 돈이 아까워서 무리하게 공연장에 가는 심리가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한다.

시험장에서도 똑같은 함정이 있었다. "이미 45분이나 이 시험에 썼는데, 배점이 제일 큰 문제를 그냥 버리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이미 지나간 45분은 돌이킬 수 없는 매몰비용인데, 그 시간이 아까워서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는 거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질문은 "지금까지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남은 25분을 어디에 쓰는 게 최종 점수를 가장 많이 올리는가"였다. 가장 어려운 문제에 매달려 일부 점수만 받을 확률과, 같은 시간을 들여 이미 푼 문제의 오류를 잡아낼 확률을 비교했을 때, 후자 쪽 기댓값이 훨씬 높다고 판단한 거였다. 실제로 재검토에서 오타를 잡아냈으니, 그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1976년 배리 스토(Barry Staw)라는 학자가 진행한 실험도 떠올랐다. 사업 부문에 투자를 결정했던 경영대 학생들이, 그 부문의 실적이 나쁘다는 정보를 받았을 때 처음부터 투자에 관여하지 않았던 학생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같은 부문에 추가로 투입했다는 결과였다. 자신이 직접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감이 자기 합리화로 이어지고, 이게 매몰비용 추론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거다. 이걸 시험장에 대입해 보면, "내가 이 문제를 풀기로 결심하고 45분을 썼으니 끝까지 풀어야 한다"는 심리가 바로 그 자기 합리화의 변형이었던 셈이다.

완벽한 100점보다 확실한 70점

지금도 이 결정을 수험생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강조하는 게 있다. 완벽한 100점을 노리다가 70점도 못 받는 것보다, 확실한 70점을 만드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시험장에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항상 "지금까지 투입한 시간"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디에 쓰는 게 전체 결과물을 가장 많이 끌어올리는가"를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건 시험에서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었다. 합격 이후 실무에서 복잡한 대시보드를 만들 때도 같은 패턴을 자주 마주쳤다. 한 가지 까다로운 LOD 계산식이나 시각화에 몇 시간을 쏟아붓고도 해결이 안 될 때, "이미 3시간을 썼는데 그만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똑같이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시험장에서 했던 그 판단을 다시 떠올린다. 가장 어려운 한 가지에 매달리다가 전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놓치는 것보다, 남은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다음 글에서는 자격증을 따고 1년 동안 내가 실제로 쌓아온 자격증 포트폴리오와, 비전공자가 이 시장에 들어올 때 어떤 순서로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겠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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